전자책목록

전체 271건(8/31 페이지)
전자책 목록 수 변경영역
  •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커버이미지)
    [사회]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 우리 일상을 바꾸려면 기후변화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 리베카 헌틀리 지음, 이민희 옮김
    • 양철북
    • 2024-02-19

    기후 위기의 시대,수많은 과학적 증거도 우리를 변화시키지 못한다면기후가 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실제로 일어나는 기후 재난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대처가 지지부진한 까닭은 무엇일까?2019년 9월, 호주에서는 유례없이 큰 산불이 일어나 6개월 넘도록 진압되지 않았다. 6만 제곱킬로미터가 불타는 동안 33명이 죽었고,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산불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큰 재난이 일어났으니 사람들이 모두 기후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 벗고 나서게 되었을까?그러나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해 본 결과는 참담했다. 기후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부정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초기에 산불을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 정부 탓일 뿐 자연재해가 아니라며, 오히려 환경론자들이 설치는 바람에 일이 더 커졌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리베카 헌틀리는 많은 사람이 말도 안 되는 환경 정책을 내는 정당에 표를 던지는 현상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아 왔다.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후 재난에도 사람들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움직이려면 대체 무엇이 필요한 걸까?헌틀리는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단순한 과학적 사실도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이므로, 기후변화는 과학의 문제를 뛰어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규정한다. 기후변화에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까닭은 이 문제가 우리 내면과 가치관, 정체성, 젠더 감수성, 삶의 목적과 깊이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헌틀리는 심리학과 사회학, 진화심리학이라는 도구로 기후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감정을 하나하나 깊이 들여다보며,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어떤 메시지가 효과적일지 모색한다.“이 책은 내 주변 사람들이 기후 문제를 어떻게 대하는지, 인간으로서 우리가 미디어, 과학자, 정치, 사회로부터 얻는 정보나 일상적인 기후변화 경험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더 잘 이해하도록 돕는 지침서다. 이 책에서 나는 분노와 공포에서부터 사랑과 상실에 이르기까지 감정의 모든 스펙트럼을 탐색한다. 기후변화는 이런 감정들을 복합적으로 불러일으킨다. 나는 죄책감부터 하나씩 짚어 나가며 사랑으로 끝을 맺을 것이다.”“당신들이 우리 미래를 불태우고 있다”감성적인 10대 소녀들에게서 배우는 기후 대화법그레타 툰베리를 필두로 세계 곳곳의 10대 소녀들은 기성세대에게, 정치인과 기업인 들에게 소리친다. “죽은 행성에는 일자리가 없다.” “배운 이들의 말을 무시할 거면 왜 우리가 학교에 가야 하는가?” “기후변화 열일 중.” 이 아이들은 기성세대를 향해 삿대질하고 비난한다. 전혀 천진난만하지 않다. 분명하고 직접적인 심문으로 우리의 수치심을 일깨워 행동을 부추긴다.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분노는 정당하다. 때로는 유쾌하기도 하다. 10대 소녀들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또래 친구들은 물론 보수적인 아버지나 길에서 우연히 만난 낯선 이들까지도 설득해 낸다.“10대 소녀들은 천성과 환경, 호르몬 또는 SNS 같은 요인으로 너무 감성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기후변화 전달자로서는 이 점이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들은 이론과 통계를 파악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정밀하게 조정된 감정적 호소의 힘을 이해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개인적이고도 감정적인 문제임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오직 과학에 근거한 이성적인 주장만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과학은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헌틀리 역시 10대 아이들이 등교하는 대신 기후 시위에 나선 것을 보고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했다. 아이들이 기성세대인 자신에게 뭐라도 해야 한다고 절박한 심정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있었는데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는 세 딸아이의 물음에 뭐라도 답하기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헌틀리는 10대 소녀 기후 운동가들에서부터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는 기후 소통 전문가, 기후 문제와 관련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과학자와 심리학자,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평범한 시민들을 만나며 기후변화를 효과적으로 이야기하는 법을 찾아 나간다.“이제 나와 다른 사람들, 세상을 나와 다른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과연 어떻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가 지구 살리기의 핵심 과제다. 이는 과학과 기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소통하고 행동을 장려하느냐 하는 문제다. 방법은 문화권마다 다르겠지만 성공한다면 미래는 같을 것이다. 내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아이가 구원받은 세상을 함께 누릴 테니 말이다.”“대기업과 비교하면 제가 끼치는 영향은 아무것도 아니잖아요”죄책감, 부정, 회의…… 기후 메시지에 대한 반응들아주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빼빼 마른 북극곰이 작은 유빙을 딛고 선 모습이었다. 이런 이미지는 아직도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뉴스 보도에 간혹 등장한다. 마음이 아픈가? 물론이다. 내 문제처럼 느껴지는가? 글쎄. 매스컴에 등장하는 북극곰 이미지나 황량한 밭에서 땅을 일구는 체념한 제3세계 농부 같은 이미지는 기후 문제와 우리 사이의 거리감을 증폭시킨다. 한마디로 기후 문제가 ‘남의 문제’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사람들은 집단적인 위험보다는 개인의 위험을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자연적인 위험보다는 인간이 만들어 낸 위험을 훨씬 두려워한다. 또한 사회 집단들의 심리적 사회문화적 동력이 위험을 감수하거나 회피하게 만든다. 헌틀리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기후변화 위협에 가장 심드렁한 집단은 젊은 남성들이다. 인터뷰에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사회가 영화 <매드맥스> 스타일로 향한다 해도 나와 내 친구들은 문제없을 거예요. 우린 몸도 튼튼하고 미친놈들처럼 운전하니까요.” 우리가 30여 년 전부터 쭉 기후변화와 관련해 접하는 비관적인 소식은 경각심을 무디게 만든다. ‘아직 안 죽었잖아’ 식의 타성이 자리 잡은 것이다.환경론자들은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일일이 간섭하는 잔소리꾼으로 취급받기도 한다. 헌틀리는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라거나 친환경 용기에 담긴 친환경 세제를 쓰라는 것 같은 환경론자들의 조언이나 ‘당신의 일회용 커피잔이 바다거북을 죽일 수 있다’ 같은 메시지가 사람들에게 지금 살아가는 방식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자기 행동을 탓하는 말을 들으면 누구라도 그 사실을 얼마간 부정하고 싶어진다. 죄책감을 유발하는 환경 메시지를 들으면 사람들은 반발한다. “저는 재활용으로 제 몫을 하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어떤가요?”“정부나 기업이 나서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요?”헌틀리는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적 반발을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며, 죄책감이나 수치심,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 메시지의 실효성을 자세히 살핀다. 그리고 정치적 사회적 정체성과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 기후변화에 대한 태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알아본다.‘환경 불안’이라는 새로운 심리적 현상한편 이렇게 무관심한 사람들의 맞은편에는 지금의 현실에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한 비관적 전망 때문에 ‘환경 불안’이나 ‘기후 우울증’, ‘생태 비탄’ 같은 병적 심리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공황 발작, 식욕 감퇴, 조급증, 불면증 같은 증세를 보인다. ‘출산 파업 운동’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이는 생태 위기의 심각성 때문에 실존적으로 위협을 받고 있지만, 권력층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기에 아이를 갖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운동이다. 한국에서도 출산 파업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20대 여성 비율이 33.5퍼센트에 육박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20대 여자 현상’, 기후 위기 감수성에서도 나타났다>, <시사인>, 2022년 1월 25일).하지만 헌틀리가 다행이라고 여기는 지점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사람들이 자신이 사랑하고 관심을 두는 대상과 기후변화와의 연관성을 찾기만 한다면 기후 문제 해결책에 동의할 수는 있다는 점이다. 그 관심 대상은 사랑하는 아이들의 미래일 수도 있고, 피지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제주도 같은 특정 지역일 수도 있으며, 멸종 위기에 처한 홍관조 같은 동물일 수도 있다. 우리가 기후변화를 신경 쓴다는 말은 곧 사랑하는 대상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관심 대상과 기후변화의 연관성을 찾고, 주변 사람들과 기후 문제를 자꾸 이야기한다면 분명 사람들을 설득하고 행동으로 이끌 수 있으리라고 저자는 주장한다.결국 희망은 사람들에게 있다당장 눈앞의 일들이 시급하니 몇십 년 후에 벌어질 기후 문제는 미뤄 놓고 싶은 마음, 정부나 기업의 책임이 더 크다며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누군가 나서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대책 없는 낙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비관까지. 이러한 마음들이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그저 분리수거나 잘하고 자전거로 통근하면 모든 게 괜찮아지리라는 믿음은 지나친 낙관주의에 뿌리를 둔 모래 위에 쌓은 희망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각자의 감정들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이를 바꿀 계기를 찾아 나서는 것이다.“기후변화 시대에 최선의 희망은 기후변화가 지구에 이제껏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냉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불확실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단호한 투지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목표를 이루려면 집단의 힘과 협력의 힘을 믿어야 한다. (……) 타인의 생각과 행동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간의 설득력에 희망이 있다.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인 집단, 단체, 지역 사회에서 우리는 희망과 낙관을 만들어 낼 수 있다.”희망은 개인적 희생이나 행동이 없어도 되는 막연한 꿈이어서는 안 된다. 행동은 희망을 낳는다. 희망은 타인을 대의로 이끈다. 이러한 희망은 우리에게, 그리고 지구에 유리하게 판도를 바꿀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기후변화, 이후변화 (커버이미지)
    [사회]기후변화, 이후변화
    • 김찬수
    • 유페이퍼
    • 2024-02-19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 - 판사들의 판사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커버이미지)
    [사회]긴즈버그의 마지막 대화 - 판사들의 판사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 제프리 로즌 지음, 용석남 옮김
    • 이온서가
    • 2023-12-27

    ‘판사들의 판사’에서 ‘시대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25년간의 대화로 그려낸 긴즈버그의 진실한 초상화긴즈버그는 말을 하기 전에 생각을 모으는 버릇이 있었다. 그 몇 초간의 침묵을, 그녀를 아는 가까운 사람들은 존중하여 기다려주곤 했다. 그토록 신중하고 조용한 성품이었으며, 말을 아꼈으며 언론과 세간의 칭송을 극구 마다하는 사람이어서 자서전조차 남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책은, 긴즈버그의 진면모를 느끼고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에겐 더없이 귀중하다. 저자 로젠은 긴즈버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하나였고, 동시에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스트라는 직분에 충실하기도 했다.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이고도 첨예한 질문을 던져, 핵심적인 답변을 얻어낸다. 그리고 이 책에 남김없이 쏟아부어 아낌없이 독자와 공유한다. 칼 같은 편집자로 정평이 난 긴즈버그 대법관이 최종 원고를 직접 검토하고 편집했다.여성과 소수자를 위해 평생 헌신한 역대 두 번째 미국 여성 연방대법관모든 연령대의 여성과 남성에게 영감을 준 그의 생각의 핵심들—책 내용 소개1장 「한 번에 한 걸음씩, 역사적 지표가 된 사건들」에서는 긴즈버그가 맡았던 숱한 획기적인 사건들에 대해 논한다. ‘성평등’이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젠더’라는 단어를 최초로 공식적으로 쓰기 시작한 사람이 긴즈버그다) ACLU, 즉 미국시민자유연합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과 손잡고 차별당하는 여성과 남성 개인들을 위해 법정에 나서 하나씩 하나씩 점진적으로 승리해간다. 긴즈버그가 어떻게 법률 해석을 바꾸고 승리해갔는지 주요 재판들을 짚어본다.2장 「동등한 관계로서 결혼한다는 것」에서는 성평등 결혼생활의 모범이었고 많은 후배 부부가 따르고자 했던 긴즈버그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다. 한쪽 성별에 불리하지 않은 결혼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한다.3장 「임신중단권은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는 긴즈버그가 연방대법관에 지명됐을 때, 가장 쟁점이 되었던 ‘로 대 웨이드’ 재판 관련 이야기가 속 시원히 풀어진다. 긴즈버그는 평생 여성이 주체가 되는 임신중단권을 위해 노력했는데, ‘로 대 웨이드’ 재판에서 소수의견을 냄으로써 일부 페미니스트 진영에서 거세게 비판받았다. 긴즈버그가 소수의견을 낸 배경이 명료하게 설명돼 있다. 국가가 ‘빅브라더’가 되어 여성 개인의 주체적 선택권을 대신 정해주는 것을 긴즈버그는 무엇보다 경계했다. 법을 만드는 절차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4장 「권리장전과 평등의 원칙」에서는 긴즈버그 자신이 작성한 의견 중 가장 좋아하는 다수의견, 헌법에 대한 긴즈버그의 해석과 신념을 들여다본다.5장 「여성 법관이 들어선 후」는 미국 법원에 여성이 들어선 역사와 과정이 압축적으로 소개된다. 긴즈버그가 법을 공부하던 대학생 시절에는 여성 대법관을 보지 못했고 꿈꿀 수 없었다. 여성 대법관은 남성 대법관과 판결에 있어 차이가 있는가?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따뜻하게 인간을 품는 삶은 어떻게 하면 가능한가강철 같은 결단력, 자기 지배력 그리고 유머6장 「다 다를지나, 하나일 수 있다」는 매우 흥미로운 장이다. 긴즈버그는 반대편의 리더로 여겨지는 스캘리아 대법관과 가장 친밀했고 깊은 우정을 나누었다. 스캘리아 대법관도 긴즈버그가 연방대법관 후보로 있던 시절, 무인도에 단 한 명과 남는다면 긴즈버그와 함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각자의 사상은 확고했고 물러섬이 없었지만, 인간에 대해서만큼은 서로 깊이 존중했다. 그러한 이유와 배경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7장 「대법관들의 대립, 존중, 변화」는 대법원에서 어떤 식으로 회의가 이루어지고, 의견 작성이 배정되며, 어떻게 토론하고 대립하는지 그 내밀한 과정이 밝혀 있는 장이다. 8장 「들불처럼 번진 소수의견」은 갑자기 법조계의 유명인사로 떠오르면서 변화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2013년, 인터넷을 중심으로 긴즈버그의 소수의견이 퍼지면서 단숨에 미국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된다. “차별을 막고 있는 투표권법의 사전 승인을 폐기한다면, 이 정도 비에는 젖지 않을 거라며 다가올 폭풍우를 막을 우산을 내동댕이치는 것과 같다.” “현재가 아닌 내일을 위해, 이 소수의견을 작성한다.” 비록 재판에서는 패배했으나, 많은 이들이 이와 같은 긴즈버그의 소수의견을 마음속에 붙잡고 살아갔다.9장 「뒤집고 싶은 판결들」에서는 사법 미니멀리즘의 사도로 여겨지던, 법원은 이전에 내려진 판결을 존중해 움직여야 한다고 밝혀온 긴즈버그가 드물게 뒤집혀져야 한다고 손꼽은 판결들에 대해 이야기한다.10장 「판사들의 판사」. 판사 생활 동안 긴즈버그는 ‘판사들의 판사’라고 불렸다. 법원은 사회적 변화를 선두에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방향으로 무게를 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법원의 역할과 존재 의미에 대한 깊은 시선을 볼 수 있다.11장 「남자와 여자가 함께 세상을 움직인다는 것」에서는 일평생 법적인 측면에서 여성과 남성의 평등을 위해 힘써온 긴즈버그의 통찰과, #미투운동의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12장 「대법원의 미래」에서는 긴즈버그와 마거릿 애트워드가 나눈 교감과 대화를 비롯해, 여성의 완전한 평등, 페미니스트 운동의 목적, 대법원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13장 「헌법의 의미」는 이 책에 실린 대화 중 가장 나중 이뤄졌다. 때는 트럼프 집권기였고 점점 더 양극화되어가는 시기였다. 그 시기에 로즌은 긴즈버그의 혜안을 듣고자 했고, 긴즈버그는 짧지만 자신의 생의 무게가 실린 말을 한다. 우리가 ‘거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 탁월한 성취의 토대에는 그가 삶을 대하는 자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닮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타인의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고,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도 친구로 만드는 긴즈버그의 마음, 그러나 아무리 불리한 정세 속에서도 꿋꿋이 소신을 지키는 용기에 대해 기록한 이 대담집은, 우리 마음속에서 두고두고 오래도록 음미될 것이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김규항 교육 칼럼 -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커버이미지)
    [사회]김규항 교육 칼럼 - 아이를 살리는 7가지 약속
    • 김규항
    • 전자책나무
    • 2015-11-30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김용균, 김용균들 -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커버이미지)
    [사회]김용균, 김용균들 -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 권미정.림보.희음 지음, 사단법인 김용균재단 기획
    • 오월의봄
    • 2024-02-19

    김용균재단이 기획해 내보이는 첫 번째 책 산재, 그리고 산재 이후의 남겨진 이야기 김용균을 다시 부르는 방법 한국 사회의 일터에서는 한 해에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다. 2018년 12월 10일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살의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도 그 비현실적 숫자의 하나가 되었다. 그가 화력발전소에서 일한 지 3개월만의 일이다. 비용과 안전을 저울질하는 이 사회의 단면이 드러났고, 산재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임을 분명히 드러낸 사건이기도 했다.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을 높인다며, 위험을 외주화해 불안정 노동자들에게 그것을 전가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이름은 고유명사이나,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 위험의 외주화, 산재 사고 피해자를 지시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김용균재단이 기획해 선보이는 첫 단행본인 《김용균, 김용균들》은 다시 이 김용균이라는 이름에서 시작한다. ‘기업의 살인’과도 같은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3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김용균이라는 한 사람의 죽음과 죽음 이후를 기억하고 살아내고 있는 김용균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김용균을 호명했다. 김용균 씨의 주검을 발견한 후 산재 트라우마와 함께 삶을 살아내는 또 다른 생존자이자 피해자인 하청업체 동료 이인구 씨, 김용균 씨의 어머니이자 산재 피해자 가족이자 유족으로, 또 노동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김미숙 씨, 발전 비정규직 노조 활동가로 김용균투쟁이 자신의 싸움이 된 이태성 씨가 그들이다.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 죽음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함께 싸웠는지, 그 싸움의 구체적 면면들은 어땠는지가 그들 각각의 기억과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시 기록되었다. 특히 이 책은 김용균 씨의 산재 사고의 진상과 함께,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목해 그들의 목소리를 기록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산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다각화하고 산재의 외연을 확장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그들이 겪은 삶의 크나큰 변화와 살아내기 위해 이어가고 있는 그들 각자의 싸움에 무게를 둔 것은 산재의 당사자는 산재를 직접 겪은 피해자만이 아니며, 산재 사건은 공간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단절된 한 건의 사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피해 당사자와 유족만을 중심에 두고 산재 사건에 접근하는 기존의 관점을 넓히려는 시도임과 동시에 산재가 사회에서 고립된 별도의 사건, 즉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을 드러내려는 시도다. 또한 산재 사고가 어떤 시점에 깔끔하게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긴 그림자와 상흔을 남기며 장기간의 싸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는 점 역시 함께 드러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산재 이후에 남겨진 이야기: 살아서 그 죽음을 겪어내는 사람들 이인구 씨는 김용균 씨와 같은 하청업체 소속의 비정규직이었지만, 발전소 정규직으로 30년을 일하다 발전소 하청업체에 계약직으로 다시 입사한 경력직 ‘오비(OB)’ 직원이다. 노조에는 호의적이었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고, 분위기 좋은 곳이 있으면 아내와 함께 데이트도 곧잘하던, 웬만한 중소기업 사장보다 안정적이라는 발전소 정규직으로 살아온 \'평범한\' 삶이었다. 하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이후 삶이 크게 변했다. 이렇게 큰 참극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게 살 수가 없는 사람이 되었다. 정규직 시절에 정규직들의 처지에만 관심을 쏟았던 과거를 반성하고, 발전소 민영화를 막아내지 못해 김용균 씨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데 책임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무엇보다 그는 중대재해를 목격한 사람으로서, 산재 트라우마와 함께 살아가는 산재 피해자이자 생존자다. 산재 사건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되었던 대표적인 피해가 바로 이 산재 사고의 목격자들이 겪게 되는 심각한 정신적 외상 문제다. 이인구 씨는 동료의 주검을 발견하며 큰 충격적 경험을 했지만 그에 대해 보호를 받기는커녕, 마지막에 김용균 씨와 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마치 피의자처럼 취급되어 경찰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잘못은 기업과 구조에 있는데 동료 노동자들은 죄책감까지 느껴야 한다. 심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기도 한다(2020년 현대중공업 끼임 사고). 이인구 씨 역시 심한 이명과 불면에 시달렸다. 다만 이인구 씨를 비롯해 당시 김용균 씨와 함께 일했던 화력발전소 노동자들 여럿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산재 처리가 되어 해당되는 치료를 일부 받을 수 있었다. 김용균 씨 사건에 앞서 있었던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 이후 사고를 겪은 이들에 대한 정신적 어려움을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면서 직업 트라우마에 대한 공적 지원 체계가 조금은 자리를 잡은 덕이다. 김미숙 씨는 김용균 씨의 어머니다. 산재 피해 유가족이다. 자식이 스스로 잘못해 사고를 당한 것이라고 몰아가려는 회사의 모습을 보고 시작된 싸움이 또 다른 김용균들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싸움으로 이어졌다. 자식의 죽음으로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었고, 자신과 가족에게 집중했던 삶에서 타인의 삶에 연대하는 삶으로 옮아갔다. 부당한 노동현실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됐다.다만 저자들이 기록한 김미숙 씨는 정형화된 유족 혹은 \'노동자의 어머니\'의 모습은 아니다. 당연히 유가족이라고 해서 언제나 슬플 수는 없고, 온종일 길 위에서 싸우고 있을 수만도 없다. 그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족은 이래야 한다라는 편견에 맞서야 한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김미숙 씨는 흔들리기도 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웃고, 이따금은 다시 공허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평범\'했던 과거의 삶과 싸우며 살아가는 지금의 삶을 저울질하지 않고 모두를 긍정한다. 자식 잃은 어머니가 되기도, 길 위에서 싸우는 몸이 되기도, 누군가의 손을 맞잡는 연대자이자 활동가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싸움을 해나간다. 이태성 씨는 발전 비정규직 노조 동료다. 또다른 발전소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이고 노조 활동가였고, 김용균 씨와 서로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비정규직 문제를 알리기 위한 기자회견에 발전 비정규직 대표로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날 새벽에 김용균 씨의 죽음을 알게 됐고, 그 기자회견에서 그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김용균의 죽음을 세상에 처음 알리게 됐다. 그 역시 가까운 후배를 산재로 잃었고, 산재 신청조차 하지 못했던 수많은 동료들의 얼굴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터진 울음이었다. 김용균의 죽음을 그대로 흘릴 수 없었던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김용균을 그대로 보낼 수 없었던 건 다른 발전 비정규직들도 마찬가지였다. 큰 싸움의 경험도 없었고, 팔뚝질조차 어색했던 발전 비정규직 노조원들은 그의 말을 빌리자면 “미친 듯이 싸웠다”. 노조를 포함한 수많은 주체들이 두 달여를 싸웠다. 당정 협의도 이루어졌고, 장례도 치렀다. 국무총리 산하의 석탄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꾸려져 조사도 마무리됐다. 그런데도 발전소는 변한 듯 변하지 않았다. 특조위 조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정규직 전환은 합의 이후 3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았고 발전소 내 작업환경 및 처우 개선도 미진한 상황이다. 김용균 산재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을 위한 형사재판에서 사측은 또다시 말을 바꿨다. 원청은 자신의 책임이 없다고 했고, 왜 그렇게 노동자들이 위험하게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산재로 인한 후배의 죽음이 후배의 과실로 기록된 것을 알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아팠던 이태성 씨는, 이제 투쟁을 그만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을 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함께 싸울 때 길도 생기고 힘도 생긴다는 걸 김용균투쟁으로 확실히 알았기 때문이다. 다시, 김용균이 책은 이 세 사람의 이야기뿐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를 둘러싼 문제의 시작과 범국민 추모제 등에서의 김미숙 씨의 발언, 그리고 여러 주체들이 함께했던 김용균투쟁에서 특히 집회를 기획하고 진행하거나 시각 작업을 맡았던 문화활동가들의 목소리도 같이 엮어 김용균 사건 자체도 좀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려 노력했다. 김용균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대명사가 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또 다른 김용균들이 함께 싸웠다는 것을 기록하고 산재가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그리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라는 점을 전하고자 했다.산재로 사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사회적 사건이 되는 산재가 많지 않은 비극적 현실에서도 김용균 씨의 죽음은 이 사회를 울렸다. 국무총리 산하의 특조위도 구성되어, 김용균 씨의 산재 사망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인재였고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원하청이 분리되어 연속된 공정의 업무를 보게 만든 노동구조와 위험한 노동환경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한계가 명백할지라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개정되었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제정됐다. 하지만 김용균 씨 사건과 똑같은 구조적 이유로 벌어지는 산재 사망사고는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도, 동국제강에서도, 건설 현장에서도, 대우조선에서도 불안정 노동자인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산재로 목숨을 잃었다. 보도되지 않은 죽음은 더 많을 것이다. 심지어 김용균 씨 사망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2022년 2월에서야 선고된 1심 결과에서 원청인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는 무죄 판정을 받았고, 원·하청사에게 선고된 벌금과 기타 피고인들에 대한 처분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그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처벌을 완화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 지금 김용균을 다시 호명하고 그 죽음과 이후의 투쟁을 기록하는 것은 김용균이라는 한 사람뿐 아니라 같은 구조 속에서 목숨을 잃고 다친 수많은 이들을 기억하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 길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커버이미지)
    [사회]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4-02-19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모를 때 가장 잔인하고 무감해진다.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_ 최은영(소설가)그 많은 깻잎은 누가 다 키웠을까?삶이 투쟁이 되는 깻잎밭 이주노동자 이야기깻잎, 고추, 토마토, 딸기, 계란, 김, 돼지고기…… 우리 밥상에 오르는 매일의 먹을거리는 이주노동자의 손을 거쳐 온다. 전체 농·어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주노동자이고, 채소나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그 비중이 훨씬 크다. 고령화와 청년층 이탈로 텅 비어버린 농촌의 일터는 “이제 외국인 없으면 농사 못 짓는다”라는 말이 당연하리만큼, 이주노동자의 땀으로 채워지고 있다.《깻잎 투쟁기》는 우리 먹을거리의 핵심 생산자이자 한국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인 이주노동자의 삶을 전한다. 연구자이자 활동가인 저자는 직접 깻잎밭에서 일하며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생활환경을 보았고, 농장주들로부터 농촌 사회에 이주민이 들어온 후 달라진 풍경과 농사일에 관해 전해 들었으며, 새벽에 찾아간 인력사무소에서는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이라는 낯선 세계를 만났다. 이 책은 결코 ‘인력’으로 치환될 수 없는 노동자들의 삶을 말한다. “이주노동자가 온다는 것은 단순히 ‘인력’이 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오는 일이다. 이주노동자의 손과 함께 삶과 꿈도 온다.”‘못사는’ 나라에서 온 이주노동자의 ‘슬픈’ 이야기더 나은 인권 사회를 향한 1500일의 여정!2020년 기준 임금 체불을 당한 이주노동자 31,998명, 사장이 가하는 성폭력을 피해 차라리 미등록 노동자의 길을 택하는 여성 노동자들,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허울뿐인 제도와 법, 인종 차별…… 이런 현실에 연루되지 않은 한국인은 아무도 없다. 한국인의 기본적인 생활에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모를 때 가장 잔인하고 무감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무감한 공모를 깨닫게 되었고 마음이 아팠다. 《깻잎 투쟁기》가 많은 분에게 가닿기를, 그리하여 이 책이 잔인함에 이토록 관대한 이 사회를 변화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_ 최은영(소설가)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코로나 시대 건강권 문제까지농업 이주노동자에 관한 최초의 관찰기《깻잎 투쟁기》는 우리 밥상을 책임지는 농업 이주노동자에 관한 최초의 관찰기로, 캄보디아와 한국을 오가며 이주노동자를 직접 지원하고 이주노동 문제를 연구해 온 연구활동가 우춘희의 첫 책이다. 저자는 ‘한국에서는 누가 어떻게 농사를 짓고 있지?’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이주노동자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 지난 4년여의 치열한 기록을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생생하게 그렸다. 이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과 2장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내몰리는 열악한 주거 시설과 임금 체불, 저임금 문제를 비롯한 노동 환경에 대해 이야기한다. 3장에서는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취업을 준비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애처로운 사연을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어떻게 한국의 ‘외국인 고용 제도’(고용허가제)로 농촌에 들어오는지 설명한다. 4장에서는 농장주들에게 전해 들은 젊은 이주노동자들을 고용하며 달라진 농촌의 분위기를 말하고, 5장에서는 인력사무소에서 알게 된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을 쓸 수밖에 없는 농촌의 사정을 말한다. 6장과 7장에서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성폭력 문제를 비판하고, 코로나 시대에 두드러진 이주민의 ‘건강권’ 문제를 다룬다. 이외에도 최근 들어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국인 최저임금 차등 적용(2장)이나 건강보험료 ‘먹튀’ 문제(6장), 이주노동자가 ‘도망’가는 이유에 대한 사회제도적 분석까지(5장), 이 책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주목하지 않았던 이주노동자의 삶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낸다.이주노동자들이 전한 이주노동 현장은 참혹했다. 장시간 고된 노동을 강요하며 법으로 정한 최저 시급도 주지 않았다. 몇 달 치 임금을 체불하는 사례도 많았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밭 바로 옆에 있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가 그들의 기숙사였다. 그 안에는 화장실도 없어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 밖으로 나가 재래식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했다. 사업주의 언어폭력과 성폭력을 호소하는 노동자들도 많았다. 이 모든 일이 현재 한국 사회에서 수년째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건 그들의 이야기와 삶이 우리 눈에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_머리말에서“비닐하우스는 집이 아니다”_이주노동자가 ‘상시’ 거주하는 ‘임시’ 주거 시설 일렬로 늘어선 비닐하우스 단지, 홀로 차광막을 친 검은 ‘비닐하우스’. 화장실도 없고 곰팡이와 온갖 벌레만 가득한 그 작은 공간에 농업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다. 그것도 매달 수십만 원의 돈을 지불하면서!우춘희 연구활동가는 직접 보고 들은 이주노동자들의 주거 환경의 실상을 이 책에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집은 대부분 냉·난방장치가 허술한 데다 자연재해를 막아줄 안전장치가 전혀 없었다. 밭 한가운데 외따로 있던 한 비닐하우스 집은 잠금장치가 없어 아무나 들어올 수 있었고, 콘크리트 농수로 위에 그야말로 ‘얹어놓은’ 컨테이너 집은 집 밑에 물이 졸졸 흘렀다. 왕복 2차선 도로 옆에 있던 두 명이 누우면 꽉 차는 네다섯 평의 컨테이너에는 세 명의 이주노동자가 부대끼며 살면서 매달 75만 원을 냈고, 다 쓰러져 가는 폐가를 대충 고쳐놓아 한겨울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공간에는 다섯 명의 이주노동자가 월세로 2백만 원을 내고 살았다. 저자는 열악하다 못해 끔찍한 주거 시설을 들여다보며 집다운 집에서 살 당연한 권리에 대해 말한다. 컨테이너 두 개가 붙어 있는 열 평 남짓한 공간에 방, 부엌, 샤워실이 하나씩 있었다. 햇빛도 제대로 들지 않았고 환기도 전혀 되지 않았다. …… 집 안 곳곳에 온갖 벌레가 우글거렸다. 부엌은 각종 곰팡이가 마치 작은 생태계를 이루는 것 같았다. 관리를 안 해서가 아니라 환경이 그랬다. 그 공간에서 세 명은 방에서 자고 나머지 두 명은 방이 좁아 부엌 앞 공간에서 잔다고 했다. _21~22쪽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손이 필요한 곳에 데려다가 채우는 ‘인력 수급 정책’의 대상으로만 본다. 오로지 어떻게 농촌의 부족한 인력을 채울지 골몰하며, 일하는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수요와 공급의 숫자에만 관심을 쏟는다. 이주노동자가 어떤 곳에서 사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는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기는 하는지, 그 실상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_38쪽깻잎을 먹을 때마다 이주노동자가 생각난다_하루 종일 1만 5천 장의 깻잎을 따야만 하는 사람들한국인만 좋아해 먹는다는 깻잎은 이주노동자들의 장시간 고된 노동의 산물이다. 저자가 만난 깻잎밭 노동자들은 한 달에 고작 한두 번 쉬며 하루 10시간씩 일했다. 그들의 근로계약서에는 하나같이 하루 ‘근로 시간 11시간(휴게 시간 3시간 포함)’이 적혀 있었고, 그로 인해 임금은 최대 8시간만 최저 시급으로 계산해 받았다. 하지만 농장주들은 하루에 깻잎 1만 5천 장, 15상자를 채우지 않으면 “남는 게 없다”며 노동자들을 닦달했고, 심지어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깎기도 했다. 이주노동자들은 매일 깻잎 15상자를 채우기 위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며 쉴 틈 없이 깻잎을 땄다. 소변을 참아서 방광염에 걸리거나 화장실에 덜 가기 위해서 물을 먹지 않는다고 말하는 노동자들의 사연은, 우리가 깻잎을 먹을 때마다 이주노동자들의 수고로운 손길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를 알려준다.깻잎밭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연락을 받으면 이주노동자들은 일단 고개부터 절레절레 저었다. 오전 6시 30분에 밭에 나가서 오후 5시 30분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깻잎을 따야 1만 5천 장을 딸 수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간단한 빵과 두유를 허겁지겁 먹고 밭에서 걸어서 5~10분 걸리는 간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 말고는 쉴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없다고 했다. _76쪽‘코리안드림’을 꿈꾸는 사람들_이주노동자는 어떻게 한국 농촌에 들어올까?2004년에 시행된 ‘고용허가제’는 한국인이 더는 일하러 오지 않는 곳에 국가가 직접 외국 인력을 선발해 취업을 알선하는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한국 정부와 고용 협약을 맺은 아시아 16개국에서 한 해 5만 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들어온다. 이 책에서는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왜 어떤 경로로 한국에 오는지 그 생생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저자가 직접 만난 취업 준비생들은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한국어 학원에 다니며 ‘코리안드림’을 꿈꿨다. 사연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된 이유는 바로 끝 모를 ‘가난’이었다. 줄줄이 딸린 가족들을 부양해야 해서, 어린 나이에 ‘신부대(지참금)’ 때문에 결혼하기는 싫어서,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전공해 시험에 유리해서……. 저자는 말한다. “그곳에서 그들의 삶을 보고 그들이 말한 ‘가난’의 깊이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고.한국에서 일하려면 일단 ‘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보파(가명, 30대) 씨는 공장에서 일을 마친 후 한국어 학원에 다녔다.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온 캄보디아 사람들이 차린 학원이었는데, 그런 학원들이 공장 주변에 많았다. 공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느라 학원에 못 가는 날도 있었고, 늦게까지 일하다 가는 날에는 너무 졸려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그래도 《너도나도 한국어》 교재를 늘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보고 또 보려 했다. _101쪽(한국어능력)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모두 한국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어능력시험 성적 유효 기간이 2년이기에 2년 내에 자신을 고용하고 싶다는 사업주로부터 선택을 받아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한국의 고용 센터는 보통 사업주가 신청한 구직 인원의 3배수로 알선하고, 사업주는 센터를 통해 구직자의 정보(키, 몸무게, 성별, 한국어능력시험 점수 등)를 검토해서 선택한다. _103쪽이주노동자가 온 후 농촌은 어떻게 변했을까?_농촌 사회를 구성하는 이주노동자 이야기이 책의 4장에서는 이주노동자가 온 후 달라진 농촌의 사회상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기 위해 사과 농사에서 깻잎 농사로, 배추 농사에서 깻잎 농사로 바꾼 농장주들의 사연, 20·30대 젊은 이주 여성이 밭농사를 도맡으면서 한국 노인 여성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 고용주로서 이주노동자를 대하고 관리하는 농민들만의 방식, 시내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외국인 음식점과 동남아에서 온 각종 식자재를 파는 시골 마트의 풍경 등 어느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없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결국 김미자(가명, 60대) 씨네는 배추에서 깻잎으로 작물을 바꾸었다. ‘깻잎’은 여러 면에서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오는 이주노동자에게 맞춤인 작물이다. 일단 깻잎 농사는 1년 내내 일거리가 있는 노동집약도가 높은 일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노동자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_133쪽“(200평 기준 깻잎) 비닐하우스 한 동에 보통 3천만 원 정도 매출이 난다고 보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우스 여섯 동을 갖고 있으니까 이 정도면 1억 8천만 원 정도 매출이 나겠죠. 여기서 농비, 인건비, 시설 투자비 빼고 나면 절반 정도 이익이 날 거예요. 그런데 농약 값 이런 건 별로 안 들거든요.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요. 하우스 세 동 정도는 (세 명의) 인건비로 나가고, 제 인건비는 나머지 세 동 정도 가져간다고 보면 돼요. 작년(2019년) 같은 경우는 깻잎이 대박 터졌거든요. 이 정도 규모에서 대박 터졌으면 이익이 한 2억 나왔을 거예요.” _137쪽 ‘현대판 노예제’가 된 고용허가제_‘사업장 변경 제한’이라는 굴레저자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고용허가제가 농·어촌과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해서 만든 제도이지 “저개발국 사람들에게 시혜를 베풀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주노동자의 인력만 이용할 뿐 그들이 한국에 정주해서 살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주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촘촘한 규정으로 이주노동자를 옭아매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이주노동자가 직장을 쉽게 옮길 수 없게 만들어 사실상 ‘강제 노동’을 시키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다. 이 책에서는 ‘사업장 변경 제한’의 문제점과 각종 폐해를 자세히 설명하고, 이 규정에 관한 2021년 말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깊이 들여다본다.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근로계약 해지에 대한 사업주의 동의를 얻거나 아니면 사업주의 위반 사항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명백한 불법도 입증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에 이주노동자는 되도록이면 사업주의 협조를 얻으려 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사업장 변경 신청 사례(3만 2140건) 중 근로계약 해지 또는 만료로 인한 신청이 전체의 85.6퍼센트(2만 7512건)였다. 사실상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바꾸기 위해 사업주의 동의가 필요한 셈이었다. _81쪽그동안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인력만 이용할 뿐 그들이 한국에 정주해서 살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주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 왔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에게 ‘인력’만을 요구한다. 이주노동자의 삶은 ‘영원히 일시적인(permanently temporary)’ 상태이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에 와서 일을 하지만 여기에서 정착해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지는 못한다. 정해진 기간이 다 되어 비자가 만료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며, 그 빈자리를 다른 이주노동자가 와서 채운다. _127쪽‘불법 체류자’라야 노동 조건이 더 좋다고?_합법적 노예 상태와 불법적 자유의 역설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 대유행으로 각국이 국경을 폐쇄하자 고용허가제로 들어오기로 한 노동자들의 입국이 계속 지연되었다. 농업 현장에서는 봄철 파종을 앞두고서 인력 부족이 극심해졌고,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없던 농민들은 ‘불법 체류’ 노동자에게 월급을 더 올려주고 기숙사비를 안 받겠다고 제안하며 노동 조건을 협상했다. 그 결과 ‘합법 체류’ 노동자보다 ‘불법 체류’ 노동자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했다. 공급이 부족한 노동 시장에서 ‘합법 체류’ 노동자는 과도하게 엄격한 외국인 고용 제도(고용허가제)에 발이 묶였지만, ‘불법 체류’ 노동자는 이런 구속에서 벗어나 노동 조건을 두고 사업주와 협상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비슷한 시기에 만난 억압받는 ‘합법 체류’ 노동자와 자유로운 ‘불법 체류’ 노동자의 사례를 비교함으로써, 외국 인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다.합법 체류 자격의 이주노동자는 임금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다. …… 반면 체류 기간이 지난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자신이 ‘합법적’ 체류 기간에 쌓은 전문성과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약간의 자유를(그들은 정식 계약을 맺은 상태가 아니라서 상대적으로 쉽게 그만둘 수 있었다) 토대로 삼아 일손이 부족한 사업주와 노동 조건과 주거 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는 온갖 제도와 법이 구속하는 노예 상태에 놓이지만 ‘불법적’으로 체류하는 노동자는 이런 구속에서 벗어나서 협상력을 갖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_153~154쪽“불법이라서 월급을 더 조금 준다? 요즘은 그런 거 안 통해요. 코로나 때문에 (사람 구하기 힘들어져서) 기숙사비 안 받고 월급 160만 원을 줬어요. 그런데 이제 여자는 기본이 180만 원이고 남자는 200만 원이에요. 우리는 기숙사비도 전혀 안 받고 오히려 쌀도 사줘요, 좋은 쌀로. 그런데 지금 사람이 없어서 알아보니까 다른 농가는 우리보다 더 준다는 거예요. 여자는 200만 원, 남자 230만 원에서 최고 250만 원까지 준대요. 부부가 오면 합해서 450만 원에 맞춰준다고 하더라고요.” _157쪽“건강보험료 ‘먹튀’요? 바빠서 한 번도 병원에 못 갔어요”_외국인 건강보험료로 돈 버는 나라건강보험을 든 외국인들이 피부양자 등록을 악용해 세금은 적게 내고 의료 혜택만 받는다는 이른바 ‘건강보험료 먹튀’는 사실일까? 이 책이 전하는 실상은 이와 전혀 다르다. 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보면, 최근 2018년부터 3년간 건강보험료 재정수지가 매년 증가해 누적 흑자 규모가 1조 원이 넘었다. 저자가 농업 현장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은 일하느라 병원에 갈 시간도 없는데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낸다고 하소연했다. “건강보험료를 좀 내려주세요. 저는 보험료를 제 능력 이상으로 이렇게 많이 낼 수 있는 형편이 못 됩니다.” “저희는 농촌에 살고, 한 달에 2~3번 쉬기 때문에 병원에 갈 시간도 없어서 그냥 약을 사서 먹습니다.”내국인은 소득과 재산 수준에 따라서 보험료가 산정되지만 외국인은 이런 과정 없이 내국인 보험 가입자의 평균을 낸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달리 피부양자 인정 기준도 제한적이다.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의 경우, 농장주들이 ‘사업자등록’을 안 한 경우가 많아 직장인가입자 자격을 얻지 못한다. 외국인 고용 제도는 그들에게 장기 거주할 기회를 주지 않는데, 보험 공단에서는 ‘장기요양보험료’를 제외해주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이 내는 보험료만큼 합당한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을까? 저자는 다른 나라의 사례와 비교해 기본적인 통역 서비스조차 없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건강보험료 문제가 이주민 혐오로만 소비되는 것을 넘어 ‘이주민 건강권’ 문제로 논의되기를 희망한다.이주민들은 언어 장벽으로 인해 병원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특히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잘 모르는 데다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지 막막해했다. …… 교통과 시간도 문제였다. 일단 농촌 마을에서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힘들었고, 보통 하루 반나절은 써야 했기에 쉬는 날이 아니면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난 농업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병원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아프면 병원에 가기보다 그저 고용주에게 부탁해서 약을 사 먹는 것이 전부라고 했다. _199~200쪽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는 직장가입자가 되지 못해 지역가입자로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한다. 직장가입자는 사업주와 보험료를 절반씩 내지만, 지역가입자는 보험료를 모두 부담한다. 농·축산·어업 이주노동자가 내는 한 달 건강보험료는 2022년 기준 12~13만 원이다. _205쪽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커버이미지)
    [사회]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 장도연·장성규·장항준이 들려주는 가장 사적인 근현대사 실황
    • SBS〈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제작팀 (지은이)
    • 동아시아
    • 2022-02-24

    배워서 너 줄게, 내 얘기 한 번 들어볼래?역사 속에서 캐낸,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유튜브 클립 누적 조회수 1억 돌파!대한민국에 선풍을 불러일으키는 시사교양 다크호스한국 근현대사의 굴곡마다 켜켜이 쌓인 개개인의 삶그 가장 사적이고 은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간동아시아 출판사의 신간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SBS에서 제작·방영하는 동명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단행본으로 재구성한 책이다. 방송에서 이야기꾼 역할을 맡은 장도연·장성규·장항준 세 사람이 방송 진행에 앞서 자료로 제공 받는 대본을 토대로 하여, 방송 과정에서 이야기꾼과 이야기 친구 사이에서 일어난 상정하지 못했던 케미스트리 작용들까지도 더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방송 제작팀이 공들여 수집하고 정리한 철두철미한 자료에 현장의 목소리가 더해졌으며, 각 방송 아이템을 다룬 PD들이 소회를 담은 PD노트가 더해져, 나무랄 데 없는 한 권으로 재탄생했다.“현대인은 무엇이든지 알고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다.”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nold Toynbee)의 말이다. 우리는 ‘○○○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역사책에 한 줄로 새겨진 역사를 배우면서도 그 중심에 선 ‘사람’이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맥락에서 사건을 일으켰는지는 알지 못한다. 〈꼬꼬무〉의 연출을 맡은 최삼호 PD는 “사건의 중심에는 여지없이 ‘사람’이 있다”라는 말로 〈꼬꼬무〉의 기획·제작 의도를 명쾌하게 축약한다. 마찬가지로, 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근현대사의 여러 가지 사건들을 통해서 캐치해내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관계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존재했던, 또한 사건 전후에 계속해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책이 이야기하는 것은 정보나 지식이 아니오, ‘이야기’ 그 자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고, 말하는 시간은 우리에게 역사를 넘어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볼 기회를 선사한다.‘쉽게 배우는 역사’에서, ‘쉽게 말하는 역사’로!시사 교양의 틀을 뒤엎는 전복적인 시도“텔레비전 시사 교양의 시대는 끝났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수년 전, 어쩌면 십수년 전부터 미디어 전문가들의 일각에서 조심스레 나오고 있던 소리다. 사실 시사 교양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둘러보면 세상에는 온갖 콘텐츠가 넘쳐흐르고, 방송을 포함한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점점 줄어만 간다. 그러다 보면 방송사는 생존을 위해서 좀 더 ‘안전한’ 길에 더 많이 투자할 수밖에 없다. 자극적인 드라마, 시청률을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예능. 들이는 제작비에 비해서 시청률을 많이 뽑아내기도 어렵고, 광고를 따오기도 어려운 시사 교양 프로그램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그야말로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사람들은 이제 시사 교양을 접하기 위해서 더 이상 전적으로 텔레비전에 의존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 그런 흐름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단아가 있다. SBS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로라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뛰어넘는 고공행진으로, 나날이 시청률 기록을 경신 중이다.일각에서는 〈꼬꼬무〉와 〈유퀴즈〉(tvN)을 한데 엮으면서, 그 이례적인 성공 요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코로나 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팽배해진 ‘소통’의 욕구, 화려한 연예인의 신변잡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진솔한’ 이야기 등이 그 요인으로 꼽힌다. 말하자면 이것은 눈높이의 전환이다. 특히나 〈꼬꼬무〉, 시사 교양이라고 하는 대분류 속에서 그 전환은 유달리 극적이다. 지식과 정보를 일부 계층이 전유하는 시대가 지나고, 대중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각종 미디어에서는 “쉽게 배우는 ○○”이라는 테마를 내세우곤 했다. 전문가가 대중의 눈높이로 내려와 말을 건넨다는 것. 물론 의미 있는 시도지만, 여기에도 한계는 있었다. 전문가는 어디까지나 전문가고, 온전히 일반인의 눈높이로 내려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꼬꼬무〉에서는 아예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야기꾼들은 역사 전문가가 아니거니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또한 역사를 공부하고자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이야기’인 것이다. “청춘 시절 나의 눈과 귀를 잡아끌던 현대사의 뜨거운 순간들이 여기 모두 담겨 있”다고 표현한 장항준 감독의 말처럼,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 개개인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다. 그렇기에 〈꼬꼬무〉가 자아내는 감정선은 시사 교양이라고, 역사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적이다. 이들은 이야기를 통해서 각자의 경험을 반추하며 울고 웃는다. 이 책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에는, 그런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내고자 했던 제작팀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왜 우리는 〈꼬꼬무〉를 보면서 울고 웃을까?지나간 사건이 단지 과거에 머무를 뿐이라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꼬꼬무〉에 쏟아지는 폭발적인 관심과 반응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방송 제작팀이 방송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었다고 하는 것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의 주관적인 시선”이다. 1955년의 ‘카사노바 박인수 사건’을 상기하면서 그날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복기한다. 미치광이 살인마로 남은 ‘박흥숙’이라는 이름을 다시 떠올리면서, 국가 폭력과 개발 패러다임에 의해 희생되고만 소시민 개개인의 삶을 반추한다. 1992년 휴거 소동에만 그치지 않고, 잊힐만 하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시한부 종말론의 존재는, 세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현재’에 대해서 느끼는 불안과 공포를 방증한다.〈꼬꼬무〉 파일럿 방송에서부터 시즌 1 그리고 2021년 봄 방영을 시작한 시즌 2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다양한 사건들을 방송으로 다루면서 거기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 또한 함께 분출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꼬꼬무〉를 통해 과거의 사건을 접하면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공감하고 있다. 이 격렬한 반응은 ‘현재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했던 제작진의 의도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이들의 이야기가 오늘날의 우리가 대답을 내놓아야 할 질문을 날카롭게 던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를 통해서, 보다 날카롭게 정제된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 속의 문제들을 통해서 오늘날 우리 사회에 여전히 잔존해 있는 문제들을 직면한다.자, ‘그날’의 이야기를 들은 ‘오늘’ 당신의 생각은?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커버이미지)
    [사회]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
    • 제임스 윌리엄스 지음, 박세연 옮김, 전병근 해제
    • 머스트리드북
    • 2024-02-19

    구글 전략가 출신 옥스퍼드 철학자의설득 기술에 빼앗긴 주의력 되찾기“주의 뺏기 경쟁이 우리 삶을 파편화한다”프린스턴대학 총장 선정 ‘신입생 필독서’“이정표에 해당하는 책” -;《옵서버》“단번에 기술윤리학 분야 고전 반열에 올랐다” -《테크크런치》빼앗긴 주의력 되찾기는 이 시대 최대 도덕적·정치적 과제디지털 기술이 생각과 행동의 중심이 되면서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거대 기술 기업이 개발한 지능적 설득 시스템이 비즈니스의 기본 모델이자 인터넷의 설계 논리로 자리 잡으면서, 주의 뺏기 경쟁과 사용자 설득 기술은 궁극적으로 의지의 조작 단계로까지 발전했다.구글 전략가 출신 철학자 제임스 윌리엄스는 이 책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에서 디지털 기술이 생각과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개인과 사회를 자동반사적이고 파편화된 삶으로 내몬다고 지적한다. 그는 정보와 자극이 넘쳐나는 시대에 최대 희소 자원이 사람의 주의인 이상, 그것을 완전히 포획할 때까지 기술의 침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거대 기술 기업의 주의 뺏기 경쟁에 대응하여 자기통제력을 지키고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를 재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파한다.주의는 당장 눈앞의 문제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삶 전체를 항해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디지털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 등의 영향으로 목표한 바에 집중하지 못하고 주의가 분산되는 문제를 단순히 사소한 짜증 정도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능력을 위축시키고, 집단적 차원에서 공동의 목적을 세우고 이를 추구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저자는 주의력 경제를 개념화할 수 있는 용어가 부족해 사회적·정치적 논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사람의 주의를 빼앗고 반응을 조종하는 지능적 설득의 힘으로부터 주의의 자유를 주장하고 지키는 것은 우리 시대가 직면한 최대 도덕적·정치적 과제다. 개인 차원의 저항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저자는 빼앗긴 주의력을 되찾기 위해 기술 기업의 개발자는 물론 경영자, 정책결정자, 시민 등 다양한 주체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열거하고, 주의력 경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사회적 개입의 유형을 제시한다. 여기에 철학과 고대 문헌에서 현대 과학까지 다양하게 동원하고, 참신하고 사려 깊은 분석을 덧붙여 우리 시대 가장 급박한 질문에 대한 빛나는 통찰을 준다.책 서두에서 저자는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일화를 소개한다. 디오게네스가 코린트 거리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알렉산드로스가 찾아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디오게네스는 알렉산드로스를 올려다보며 이렇게 일갈한다. “햇빛을 가리지 마시오.” 저자는 우리도 이 시대 선의를 가진 디지털 알렉산드로스를 올려다보며 “나의 빛을 가리지 말라”고 외쳐야 한다고 조언한다.우리는 결함 있는 GPS에 의존해 살아간다구글에서 십 년 넘게 일하면서 저자는 “세상의 모든 정보를 조직화해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라는 구글의 비전에 크게 공감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이 ‘정보의 조직화’가 아니라 ‘주의의 조직화’에 얽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 산업은 상품을 설계하지 않고 사용자를 설계한다. 인간의 삶을 안내하는 이 GPS 시스템의 목표는 오로지 우리의 주의를 연장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체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유도하고 습관을 만든다. 인간을 위한다는 기술이 인간의 핵심인 주의를 포획해 파는 데 매달린다. 저자는 우리가 결함 있는 GPS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 옥스퍼드대학으로 향한다.정보가 넘치면 희소 자원은 인간의 주의가 된다. 정보의 양은 속도에 대처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속도가 지나치면 양이 많을수록 오히려 재앙이 된다. 저자는 거대 기술 기업이 사용자의 주의 뺏기에 혈안이 된 주된 이유로 디지털 광고를 꼽는다. 초창기 광고는 과학보다 예술에 가까워 그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광고 산업이 성숙하면서 인간 심리와 의사결정 지식을 체계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 광고의 범위 역시 정보에서 설득으로, 다시 행동 형성에서 태도 형성으로까지 나아갔다. 20세기 말 전자 매체는 광고주에게 새로운 플랫폼과 설득 전략을 가져다주었고,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효과 측정의 피드백 고리가 완성되었다. 여기에 네트워크로 연결된 단말기의 휴대성과 연결성이 높아졌다. 디지털 광고의 확장성과 수익성이 커지면서 비즈니스의 기본 모델이 되었다. 구글, 메타, 트위터 등 주요 플랫폼은 사실상 모두 광고 회사다.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설계자, 분석가, 통계학자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사전 프로그래밍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다.저자는 과거 TV나 신문 같은 매체에서 광고가 정보 전달의 측면에서 ‘예외’였다면, 디지털 매체에서 광고는 ‘규칙’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과거 매체에서 광고가 지배적인 설계 목적을 지원했다면, 디지털 매체에서 광고는 그 목적을 주도한다. 주의력 경제에서는 사용자가 곧 상품이다. 기술 설계자는 인간 심리의 가장 낮은 차원인 충동을 겨냥한다. 심리학자와 행동경제학자가 수십 년간 분석해온 다양한 인지적 취약성과 의사결정 편향을 활용한다.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이런 현상을 빗대어 ‘뇌간의 바닥을 향한 경주’라고 표현했다.언어의 한계가 곧 주의 세계의 한계다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세상의 한계다”라고 말했다. 언어의 지평을 확장할 때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인식의 지평도 확장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여러 문제 중 하나로 개인이나 집단 전체가 기술의 영향으로 어떤 방식으로 주의가 분산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는 주의력 경제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주의의 개념을 ‘집중(spotlight)’, ‘별빛(starlight)’, ‘햇빛(daylight)’의 세 가지 차원으로 설명한다.‘집중’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이 과제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직접적인 능력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해준다. 집중의 빛이 가려질 때는 ‘기능적’ 주의 분산이 일어난다. 기술은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도록 돕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기술이 방해할 때 우리의 주의 집중은 파괴된다. 우리는 자신이 세운 계획을 실천하고 또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그러나 무의식이 의식을 압도하면서 45분 뒤 세계 경제 위기에 관한 기사를 읽고, 유튜브에서 자동 실행되는 강아지 동영상을 보며, 소셜미디어에서 친구들의 일상을 엿본다. 이런 기능적 주의 분산은 각종 앱 알림 메시지로부터 일어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차를 마시기 위해 주전자에 물을 끓이려 하는데 인스타그램 앱에서 내가 좋아하는 인플루언서가 글을 올렸다는 알림 메시지가 왔다.”한층 더 깊은 주의의 차원인 ‘별빛’은 우리 삶이 더 높은 목표와 가치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포괄적인 능력으로, 우리가 원하는 존재가 되도록 해준다. 별빛이 가려질 때는 ‘존재적’ 주의 분산이 일어난다. 개인적, 혹은 집단적 차원에서 정체성이 흔들릴 때 우리는 자아가 분열되는 듯하고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되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존재적 주의 분산을 경험한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에서 의미 있는 관계를 추구하기보다 최대한 많이 ‘좋아요’를 받고 ‘친구’를 맺으며 다른 사람의 관심을 얻는 데 몰두한다. 더 기발한 이야기를 담은 게시 글을 올리기 위해 애쓰면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어느 순간 사회적 상호작용은 일종의 숫자 놀이가 된다. 일상적으로 숫자를 쫓아가는 사소함 속에서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혹은 애초에 이들과 친구를 맺은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보다 고차원적 관점을 잃는다.가장 원천적인 주의의 차원인 ‘햇빛’은 우리가 애초에 목표와 가치를 정의하게 하는 근본적인 능력으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도록 해준다. 햇빛이 가려질 때는 숙고와 이성, 예측, 기억, 목표 선정 등의 역량이 위축되는 ‘인식적’ 주의 분산이 일어난다. 무엇이 진실인지 이해하는 능력, 혹은 진실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능력이 위축될 때 우리의 햇빛은 가려진다. 우리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단순히 화가 나는 것을 넘어 격렬하게 분노하고 혐오감을 느낄 때 도덕적 격노를 경험한다. 정보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전 세계에서 일어난 도덕적 위반에 관한 뉴스가 우리의 주의를 놓고 경쟁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는 누군가 잘못된 행동을 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잠재적으로 경험한다. 오늘날 우리는 인터넷상에 흘러넘치거나 바이러스처럼 퍼져 나가는 도덕적 위반에 관한 뉴스에 일상적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더 이상 도덕적 격노의 대상을 화형대에 세울 수 없기에 우리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그들을 상징적, 혹은 평판적 차원에서 파괴한다.어떻게 주의의 자유를 주장하고 지킬 것인가우리의 주의를 포획하고 이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는 주의력 경제는 새로운 마음의 왕국이다. 저자는 그것과 우리는 현재 ‘주의적 농노제’의 관계이며 이를 재편하는 일은 두 가지 면에서 정치적 과제라고 설명한다. 하나는, 주의를 빼앗는 매체는 우리가 역사적으로 정치적인 문제로 받아들여 온 것을 이해하고 거기에 참여하는 렌즈이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매체는 우리 자신을 포함해 모든 것을 바라보는 렌즈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의 주의와 삶을 인도하는 전제주의적 힘을 재편하지 않고서는 가치 있는 정치적 개혁을 이룩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저자는 또한 주의의 자유를 주장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집단 차원에서 마치 방향을 잃은 배처럼 표류하기 전에 사회적·정치적 목표를 확실히 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기술 설계자들도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처럼 ‘설계자 선서’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기술 설계자들이 사용자의 존엄성과 주의, 자유를 존중하고 기술의 의도와 방법에 대해 사용자와 투명하고 정직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미래 세대는 외부 환경뿐 아니라 내부 환경에 대한 책임을 얼마나 다했는지를 기준으로 우리 세대를 평가할 것이다. 오늘날 위기는 지구의 기온 상승뿐 아니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개인의 주의력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임무는 외부 환경을 재편하는 일뿐 아니라 우리가 중요한 것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세상을 재편하는 일이다. 중요한 일을 하려면 우리는 먼저 중요한 대상에 주의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주의를 지키려는 의지와 힘이 강력할수록 우리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 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커버이미지)
    [사회]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 곽상빈.안소윤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12-27

    알아두면 결코 당하지 않는 생활 속 법률 상식법률 서비스 대중화에 앞장서는 변호사들이 나섰다!“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내가 갚아야 한다니?”“반성문을 많이 쓰기만 하면 형량이 줄어든다고?”“똑같이 주차장에서 음주운전했는데 왜 나만 처벌받지?”“변호사 없으면 소송 못 해?”“가상화폐에 투자하는데 세금을 내야 할까?”모르면 호구되지만 알면 돈 버는 법률Q&A로 쉽고 재미있게 알아본다!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지만 사실 모르면 손해 보는 일이 더 많다. 우리가 눈을 떠서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잠을 자기까지 한순간도 그 보호 아래에 있지 않은 적이 없는 법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법이 가까이 있는 듯해도 막상 내가 궁금한 법, 내게 필요한 법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마땅한 설명을 찾기가 어렵고 막상 대답을 찾아도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바로 전문가에게 상담받기는 망설여진다. 게다가 사회적 합의체인 법은 사회가 변화하면 따라서 계속 바뀌니 더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 지금은 법을 모르면 손해 보는 세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잘 다루는 것은 곧 법을 잘 다루는 것과 비슷하기에 법을 안다는 것은 큰돈을 가지는 것과 같다. 이 책은 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들이 현재의 법령과 최신판례를 바탕으로 우리 삶에 필요한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법률 지식을 분야별로 골라 구체적 사례와 함께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정리했다. 법을 잘 알고 그 안에서 내 권리를 지키고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 법을 든든한 배경지식이자 권리를 지키는 수단으로 삼아 생활에서 법의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법알못’에서 탈출해 ‘법잘알’이 되자! 생존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전 법률‘법알못’과 ‘법잘알’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순히 법을 알지 못하는 것과 잘 아는 것만의 차이는 아니다.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법을 잘 알아야 할뿐더러 제대로 이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법을 이용할 줄 알면 큰돈을 가지는 것과 같아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잘 다루는 것이 법을 잘 다루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법을 알고 법에서 제시하는 권리를 명확히 주장할 수 있다면 더 큰돈을 벌 기회가 열리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법이 지켜준다. 이 책으로 ‘법잘알’이 되면 생활 속에서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떤 방법으로 어디에 내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계약서를 보며 나에게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 알게 된다.• 어떤 것이 소송에서 쓰이는 유효한 증거인지 알게 된다.• 경찰서에 가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 내 개인정보, 목소리, 사진을 무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교통사고가 났을 때 형사적으로 처벌받지 않게 미리 챙겨둘 것을 알게 된다.• 변호사가 없어도 고소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사거나 헬스장·예식장에서 계약을 취소했을 때 환불을 잘 받게 된다.• 좋은 변호사를 고르려면 어떤 점을 봐야 하는지 알게 된다.• 뉴스에서 다루는 법률 관련 문제를 이해하게 된다.사례와 판례로 알아보는 생활법률법을 모르면 내 권리를 지킬 수 없다!우리가 눈을 떠서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잠을 자기까지 법의 보호 아래에 있지 않은 순간은 단 1초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우리가 내리는 선택의 순간에 법은 우리에게 선택지를 넓혀주고 리스크를 줄여준다. 다만 이러한 법률 상식은 ‘정확’하고 ‘현재’에 기초해야 한다. 단지 알고 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돈이 되는 법률 상식이 되어야 한다. 이 책에서는 모르면 손해 보지만 알면 돈이 되는 생활 속 법률 관련 사례를 Q&A로 구성해 판례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설명했다.‘1장 삶 속에 법이 있다’에서는 가정에서, 회사에서, 길거리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문제들, 즉 돌아가신 아버지의 빚을 제가 갚아야 하는지, 강아지가 사람을 물었는데 어떻게 하는지, 어디까지가 직장 내 성희롱인지, 대머리라고 말하면 죄가 되는지 등 총 46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사례와 판례 중심으로 풀었다. ‘2장 결국 법원으로 갑니다’에서는 소송 전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변호사 상담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차이는 무엇인지, 무고죄가 아니라는 건 어떻게 증명하는지, 반성문을 쓰기만 하면 형량이 줄어드는지, 벌금형을 받아도 전과가 남는지 등 총 25가지 질문에 답했다.‘3장 창업자와 기업을 위한 법률 상식’에서는 사업을 할 때 개인사업자가 좋은지 법인사업자가 좋은지, 동업계약서 쓸 때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는 어떻게 다른지, 사업자가 세무신고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는지 등 15가지 질문에 답했다. ‘4장 한 발 앞서가는 법률 상식’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사고가 일어나면 누가 어떤 책임을 지는지, 가상화폐에 투자해도 세금을 내야 하는지, 로보어드바이저를 믿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등 총 9가지 질문에 이해하기 쉽게 답했다. 법을 아는 만큼 보이는 넓은 세상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두려움을 넘어 든든한 배경지식이자 내 권리를 지키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은 분들 모두 이 책으로 ‘법잘알’이 되어 손해 보지 않는 삶, 넉넉한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

    보유 1, 대출 , 예약 0, 누적대출 0, 누적예약 0
1 2 3 4 5 6 7 8 9 10